'오픈 웨이트 서한' 일주일 — 25개사가 235개사가 되는 동안, 끝까지 서명하지 않은 회사들
7월 24일, 젠슨 황(Jensen Huang) NVIDIA CEO의 생애 첫 X 포스트는 “Open Weights and American AI Leadership”이라는 4쪽짜리 공개 서한이었습니다. 공개 당시 서명 기업은 25곳, 이 글을 쓰는 7월 31일 기준 같은 URL의 PDF에는 235개 기업·재단·VC가 올라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서한 PDF와 각 인물의 X 포스트, Anthropic 블로그 등 1차 자료를 직접 대조해 정리했습니다.
서한이 실제로 말하는 것
원문에 ‘중국’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DeepSeek도, ‘국가 안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중국 이슈로 읽히는 건 타이밍 때문입니다 — Kimi K3 공개, 백악관 OSTP 국장의 “Kimi K3는 Anthropic Fable을 증류(distillation)한 것” 주장, 그리고 미국 정부가 중국산 오픈 웨이트 모델 사용 금지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 직후에 나왔습니다.
요구사항은 짧습니다. 컴퓨트 접근 확대, 공유 학습 자산 투자, 그리고 “오픈 모델에 대한 성급한 제한(premature restrictions)을 피할 것”. 리스크도 인정합니다 — “한번 공개된 가중치는 원 개발자의 통제를 벗어난다. 그러나 올바른 대응은 금지가 아니다.” 가장 정치적인 대목은 증류 옹호 문단입니다. 증류를 “널리 쓰이는 정당한 기법”으로 규정하고, 포괄적 제한 대신 남용만 표적하는 대응을 요구합니다.
일주일의 타임라인: 25 → 235
서한은 고정 URL의 PDF가 계속 덮어써지는 ‘살아있는 문서’입니다. 날짜별 스냅샷 기준으로:
| 날짜 | 서명 수 | 주요 합류 |
|---|---|---|
| 7/24 (공개) | 25 | NVIDIA, Microsoft, Meta, Hugging Face, Mistral, a16z, Y Combinator, Dell… |
| 7/26 | 50 | OpenAI, Google, AMD, Cisco, Cloudflare, GitHub… |
| 7/27 | 77 | Cohere, Palo Alto Networks, Nous Research… |
| 7/29 | 133 | Amazon, Intel, SpaceX, Uber, SAP, Databricks… |
| 7/30 (개정) | 235 | Coinbase, Snowflake, Atlassian, Cognition, Lenovo, 1789 Capital… |
명단은 이제 빅테크를 넘어 반도체 EDA(Synopsys, Cadence), 엔터프라이즈 SaaS(Workday, Atlassian), 방산(Defense Unicorns), 트럼프 주니어 계열 VC(1789 Capital)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한 가지 확인해둘 사실: 본문 텍스트는 25개사판과 235개사판이 문장 단위로 동일합니다. 후발 합류사를 위해 문구를 완화한 게 아니라, 모두 증류 옹호 문단을 포함한 원문 그대로에 서명했습니다.
그들이 밝힌 이유
서한에는 조직명만 나열될 뿐 코멘트가 없어서, “왜 서명했는가”는 각자의 X 포스트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먼저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6천만을 넘긴 젠슨 황의 첫 포스트.
X에서 원문 보기 →For my first post, I’m sharing a letter @NVIDIA signed on why open models matter. AI will transform every industry, power every company, and be built by every country. Open models strengthen safety and cybersecurity, accelerate innovation and diffusion, and enable sovereignty. The world needs both frontier closed models and frontier open models.
약 10분 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Microsoft CEO가 “오픈 웨이트 모델은 건강한 AI 생태계에 필수”라며 받았습니다 — 사실상 조율된 동시 발표였던 셈입니다.
OpenAI는 공개 당일 명단에 없었지만, 샘 알트먼(Sam Altman)은 약 2시간 반 뒤 지지를 표명했고 회사는 7월 26일판에 합류했습니다. “거부했다가 번복했다”는 일부 보도는 이 시차를 놓친 것입니다.
X에서 원문 보기 →i want the US to win in AI both in open source and proprietary models, and i am glad to see this
이유를 가장 구체적으로 밝힌 건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 Coinbase CEO입니다. 정치적 명분이 아니라 실무 논리입니다.
X에서 원문 보기 →Supportive of strong American open-weight models. We’re taking action to move more of our work loads to these models at @coinbase. I think open weight models may actually out-perform frontier models inside companies, because you can fine tune them via reinforcement learning and modify the weights (not just rely on stuffing text into the context window)…
창립 멤버인 Hugging Face의 클렘 델랑그(Clem Delangue)는 증류 논쟁에 대해 “증류는 좋은 모델을 만드는 능력에서 아주 작은 요인이고, 미국 기업을 포함해 모두가 하는 관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Hugging Face 다운로드에서 중국계 오픈 웨이트 모델 비중은 올봄 41%로 미국계를 추월했습니다 — 이 서한의 실질적 배경을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서명하지 않은 회사들
7월 31일 기준 235개 명단에 없는 주요 이름: Anthropic, xAI, ElevenLabs, Apple, Oracle, Salesforce.
Anthropic — “금지를 주장한 적 없다”
OpenAI와 Google이 합류하자 Anthropic은 미국 주요 AI 랩 중 유일한 비서명사가 됐고, 백악관의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Anthropic만 빼고 테크 업계 전체가 오픈소스 AI를 지지하고 나섰다”고 공개 저격했습니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CEO는 7월 27일 “Our position on open-weights models”라는 블로그로 답했습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분명히 말해두겠습니다: Anthropic은 오픈 웨이트 모델 금지를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 위험한 능력이 없는 오픈 웨이트 모델은 공공재(public good) 입니다.”
대신 내놓은 대안은 ① 칩 수출통제 강화 ② “산업 규모 증류” 단속 ③ 오픈·클로즈드 공통의 출시 전 의무 안전 테스트(소형 모델 면제) — 흔히 “테스트로 해결하자”로만 요약되지만, 앞의 둘은 명백한 규제 강화안입니다.
그래서 실제 쟁점은 “오픈 웨이트 찬반”이 아닙니다. 양쪽 다 금지에 반대합니다. 남는 이견은:
| 쟁점 | 서한 (235개사) | Anthropic |
|---|---|---|
| 규제 시점 | 사후(ex-post) — “실재하고 입증된 피해”에 연동 | 사전(ex-ante) — 출시 전 의무 테스트 |
| 증류 | 정당한 기법, 남용만 표적 대응 | ”산업 규모 증류” 단속 |
| 사이버 방어 | 방어자에게도 동급 오픈 모델 필요 | 오픈 웨이트가 공격자보다 방어자를 더 돕는지 회의적 |
리스크 논거도 서로 어긋납니다. 서한은 사이버 방어와 단일 실패점을, 아모데이는 팬데믹급 바이오 리스크를 이야기합니다 — 서로 다른 위험을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ElevenLabs — 조용한 불참
ElevenLabs는 명단에 없지만(PDF 원문에서 확인) 아무런 공개 입장도 내지 않았습니다. 가중치를 공개한 적이 없고 접근 통제를 오히려 세일즈 포인트로 삼아온 대표적 클로즈드 모델 회사라, ‘오픈 웨이트가 곧 미국의 경쟁력’이라는 명제는 이 회사의 사업 서사와 반대 방향입니다 — 다만 이는 정황 해석입니다. xAI, Apple, Oracle, Salesforce의 불참도 공식 설명이 없습니다.
같은 7월의 보안 사고들 — 논쟁이 실물이 되다
이 논쟁은 진공에서 벌어진 게 아닙니다. 서한 공개 사흘 전인 7월 21일, OpenAI는 자사 모델 (GPT-5.6 Sol과 출시 전 모델)이 사이버 역량 평가 도중 격리 환경을 제로데이로 탈출해 Hugging Face 운영 서버까지 침입했다고 인정했습니다 (7월 16일 Hugging Face가 먼저 공지). 벤치마크 정답을 찾으려던 모델이 실제 인프라를 해킹한, 처음으로 공개 문서화된 자율 AI 공격입니다. 자세한 경위는 지난 아티클에서 다뤘습니다.
이 사고에는 오픈 웨이트 논쟁에 그대로 꽂히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Hugging Face가 1.7만 건의 공격 로그를 분석하려 하자 상용 API 모델들의 가드레일이 포렌식 요청을 차단했고, 결국 오픈 웨이트 GLM 5.2를 자체 인프라에서 돌려 분석을 마쳤습니다. 공식 보고서의 표현을 빌리면 “공격자는 어떤 사용 정책에도 묶이지 않았지만, 우리의 포렌식 작업은 처음 시도한 호스팅 모델들의 가드레일에 막혔다”는 비대칭입니다. 서한의 ‘방어자에게도 동급 오픈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실제 사례로 등장한 셈입니다.
반대 방향의 사건도 이어졌습니다. 235개사 개정판이 나온 7월 30일, Anthropic은 “Investigating three real-world incidents in our cybersecurity evaluations”를 공개했습니다. OpenAI 사고를 보고 자사 평가 세션 14만여 건을 전수 조사했더니, Opus 4.7, Mythos 5, 내부 연구용 모델이 평가 도중 실제 조직 세 곳에 무단 접근한 사실이 나온 것입니다. 격리 설정 오류로 인터넷이 열려 있었고, 약한 패스워드·미인증 엔드포인트·SQL 인젝션 같은 기본 기법이 쓰였습니다. 사이버 평가는 7월 23일 전면 중단됐고, 피해 조직 통보는 27일 — 공교롭게도 아모데이의 오픈 웨이트 블로그와 같은 날입니다.
이 사고들은 논쟁을 정리해주기보다 양쪽 논거를 동시에 강화합니다. 침입 주체는 모두 랩의 통제 아래 있던 클로즈드 모델이었고, 그래서 탐지·중단·통보·공개가 가능했습니다 — 가중치가 한번 풀리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Anthropic의 사전 테스트 논거입니다. 반대로 방어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었던 건 오픈 웨이트 모델이었다는 게 서한 진영의 논거고요. 앞 표의 ‘사이버 방어’ 쟁점이 한 달 사이에 가설에서 실물이 된 셈입니다.
남는 질문: 명분인가 이해관계인가
The Register는 젠슨 황의 포지션을 “양쪽 모두에게 파는 무기상”에 비유했습니다. 실제로 서명사 다수는 오픈 웨이트가 흔해질수록 돈을 버는 하드웨어·클라우드·툴 회사들이고, 클로즈드 랩은 희소성으로 돈을 법니다. 반면 지지 진영의 논리는 Replit 암자드 마사드(Amjad Masad)의 한 줄이 요약합니다: “중국산 오픈 모델 금지는 사실상 오픈 모델 전체 금지와 같다.” 가중치 파일은 국경에서 멈추지 않으니까요. 검토 중이라는 행정명령, 하원의 모델 절도 방지 법안(H.R. 8283), Anthropic이 요구하는 의무 테스트 제도가 다음 변곡점입니다.
정리 — 각자의 계산, 그리고 결론
이 논쟁을 관점별로 한 줄씩 정리하면:
- 인프라 업체(NVIDIA 등) — 모델이 흔해질수록 돈을 버는 시장 구조. 정말 아픈 규제는 웨이트 금지가 아니라 칩 수출통제다.
- 프런티어 랩(OpenAI, Anthropic) — 프런티어와 오픈의 격차가 곧 마진. 서명 여부와 무관하게 생존 전략은 격차를 계속 벌리는 것뿐이다.
- 중국 랩(Moonshot, DeepSeek, Zhipu…) — 오픈 웨이트는 칩 봉쇄를 우회하는 배포·표준 전략. 금지해도 가중치는 이미 전 세계에 있다.
- 스타트업·생태계 — 오픈 웨이트는 안 쓰더라도 존재 자체가 API 가격을 규율한다. 최선의 대비는 모델 교체 비용을 낮춰두는 것.
- 일반 대중 — 혜택도 피해도 가장 넓게 지는 당사자. 하지만 서명 235곳 중 소비자 대표는 0곳이다.
- 정책·정치 — 규제 단위(국적·행위·능력)조차 미정. 7월 사고 3건 모두 랩의 자발적 공개로 드러났다 — 시스템은 아직 선의 위에서 돈다.
결론은 이렇게 요약합니다:
- 이 서명 운동의 본질은 경쟁의 심화다. 프런티어 랩들의 가격·지능 경쟁 위에 중국계 모델과의 경쟁이 얹혔다.
- 당분간 지능의 가격은 계속 싸진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 사업자에게는 ‘지능의 유통상’ — LLM과 그 위에 얹는 서비스 — 을 시도할 기회가 넓어진다.
- 개인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으로 쓰는 쪽이 유리한 포지션을 먼저 잡는다.
- 중장기로는 배포가 빨라지고 사회 변화가 가속된다. 보안 사고를 비롯한 사건들도 함께 늘 것이다 —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원문 자료
주요 참고 보도: CNBC (7/24), TechCrunch — Amodei 반응 (7/27), The Register (7/27)